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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부터 만드세요”…‘자기 PR’과 ‘협업’에서 제2의 인생 시작됩니다 2017-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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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공익을 만나다’ 첫 번째 시리즈, 공익 활동가로 변신한 시니어들
은퇴 후 삶이 아득하다. 100세 시대에 퇴직을 해야 하는 5060세대가 그렇다. 준비 없이 막상 닥치니 불안하고, 일을 더 하고 싶지만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50+세대’의 현주소다. 많은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에 걸맞게 은퇴 공식과 고용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시니어 일자리 문제를 들여다보는 기획 시리즈 ‘시니어, 공익을 만나다’를 준비했다. 첫 번째 시리즈는 ‘공익 활동가로 변신한 시니어들’이다. 은퇴 후 사회적 가치 창출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시니어 3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무려 33년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그는 존경받는 선배, 유능한 언론인의 자리를 뚝심있게 지켜냈다. KBS에서 PD로 33년 동안 근무한 현정주(64)씨의 이야기다. 그는 2012년 정년퇴직을 하기 전까지 KBS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제작자와 책임자로 왕성히 활동했다. 문화가산책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으며, TV미술관, 클래식오딧세이, 진품명품 등 KBS 대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작, 관리해왔다. 그리고 2012년 은퇴 후, 그는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자신과 같은 시니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미디어 전문가 30명과 협동조합 설립, 기부 및 사회공헌 활동까지현 이사장은 은퇴 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한 제안을 받게 된다. ‘시니어들을 위한 비영리사단법인을 만들자’고. “생각해보니 30여년 동안 난 꽤 괜찮은 PD였는데…사단법인을 만들면 이 재능을 썩히지 않고 쓸 수 있겠다 싶었어요. 게다가 나의 능력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시니어들을 위해 사용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사단법인 설립에 동참하기로 마음 먹은 현 씨는 2012년 8월 노년학 전문가인 한주형 박사(현 50플러스코리안 회장), 고교 선배와 함께 미국 워싱턴으로 ‘AARP’를 방문했다. ☞AARP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AARP(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는 미국 최대 시니어 단체로 실제로 법률 제정 및 규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로비 조직 중 하나다. 미국 유권자의 20%를 차지하는 50세 이상의 절반이 회원으로 등록돼있다. 현재 회원 수는 4000여만 명. 1년에 10달러의 회비만 내면 건강, 일, 돈, 오락, 음식 여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들은 사흘 동안 워싱턴에 머물며 AARP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은행가, 대학교수, 전직 출판사 대표 50~60대 9명을 모았다. 2013년 8월 AARP 모델을 벤치마킹한 비영리단체 50플러스코리안이 탄생된 과정이다. “9명이 평생 쌓은 지식을 활용해 자신의 분야에서 무보수로 일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어요. 재교육을 시켜 이들이 사회로 다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죠.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강사로 전문 강좌를 열어 회원들에게 무료로 강의를 하고 사회공헌 일자리 모델을 개발하며 그들의 재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기도 했죠.” 이와 더불어 현 이사장은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고민했다. 바로 ‘시니어의,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미디어협동조합이었다. 자신과 같은 언론인 및 미디어 전문가들 30여명을 모아 2016년 여름, 50플러스코리안 산하에 미디어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들은 적정한 비용으로 다양한 영상 작업을 진행하고, 여기서 번 돈의 일부를 50플러스코리안에 기부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영상 기술을 이용해 독거 노인을 위한 영상 자서전 기증 등 다양한 사회 봉사 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현 이사장은 “은퇴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그대로 살리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동시에 약간의 용돈을 버는 것을 커뮤니티의 기본 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미디어협동조합과 재단일을 맡기 전에도 ‘바쁜 몸’이었다. 2012년 퇴직 후 백남준문화재단의 사무국장으로, 1년 후에는 제일기획의 삼성방송센터의 상근 고문으로 사내 방송 제작자들을 교육하고 프로그램의 기획, 제작 자문을 했다. 그럼에도 험난한 가시밭길로 향했다. 사단법인과 협동조합은 조직 특성상 이윤이 크게 나지 않을 뿐더러, 그동안 일해온 방식과는 매우 달랐기에 커다란 도전이었다. “자식들은 장성했고 먹고 살 만큼 돈을 벌었으니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것이 바로 사회공헌이고 구체적으로는 시니어들의 제2의 인생 설계를 돕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현 이사장은 KBS PD 재직 시절부터 은퇴 후 사회공헌 활동을 꿈꿔왔다. 공영방송사에서 일했기에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이윤보다 공익성에 치중할 수 있었고, 이런 경험은 공익 분야의 진출의 디딤돌이 됐단다. 시니어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본 것도 이유가 됐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시작해도 ‘레드오션’ 분야로 진출하는 건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반면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시니어 일자리 산업의 성장은 필연적이었다.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과거에는 단순 자원봉사 에 국한됐던 시니어의 공익적 역할이 사회복지사, 구호 활동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가 및 종사자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은퇴 후에도 일하고 싶다는 시니어,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시민사회. 충분히 상호보완이 가능한 관계였다. “사회문제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어요. 정부와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을 시민사회 영역이 대신 맡고 있죠. 이러한 시민사회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시니어분들도 이런 점을 참고해 공익 영역에 도전하면 좋겠어요.” ◇적극적인 자기 PR은 기본, 시니어의 전문성과 경험 부각시켜야 KBS PD, 문화예술팀장, 백남준문화재단 사무국장, 대기업 고문, 미디어협동조합 이사장까지. 이러한 성과를 33년간 공중파 PD 및 간부직을 맡은 그의 ‘스펙’덕일 것이라 추측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현 이사장은 그 비결을 ‘스펙’이 아닌 ‘적극적인 자기 PR’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언론인으로 30년 넘게 일했으니 퇴직을 해도 제 전문성을 알아볼 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이를 홍보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퇴직 전, 제 이력을 중앙일보 조인스 인물 관리(인명 사전)에 올렸어요. 그리고 이 포트폴리오가 조선일보 및 정부가 관리하는 인명사전까지 퍼졌더라고요. 제일기획 상근 고문직도 포트폴리오 덕을 봤다고 할 수 있죠. 여러분의 연륜, 경험, 전문성을 기록해 포트폴리오로 만들어보세요.” 미디어협동조합에 일이 끊이지 않는 것도 적극적인 홍보 활동 덕분이다. 그는 “내가 과거 이런 직책까지 맡았고, 나 정도의 인맥이면 별다른 홍보 없이도 성공할 것이라고 여기는 태도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맨땅에 헤딩했던 청년시절처럼 발로 뛰어다니는 자세가 필요하단다. 현재 미디어협동조합에서는 다양한 미디어 및 창직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수강생 반응도 좋다. 해가 갈수록 신청자가 늘어 이제는 탈락자도 여럿 생길 정도다. 교육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있는 강좌는 ‘스마트영상작가’와 ‘영상맥가이버’ 교육. 스마트영상작가는 2015년 6월 서울시가 추진하는 ‘미래형 신직업군 양성사업’ 공모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영상관련 퇴직자와 아마추어 영상인들에게 ICT, SNS 등 스마트 기술을 가르쳐서 ‘영상자서전’, ‘가족사’, ‘기업사’, 인물향토사’ 등의 영상물을 제작하게 했다. 스마트영상작가가 휴먼다큐멘터리를 지향했다면 영상맥가이버는 실용 영상을 만드는 교육이 주가 된다. 스마트폰 동영상 촬영과 편집, 모바일 앱을 활용한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 모바일 마케팅 등 창업 교육을 강화했다. ☞50플러스미디어협동조합 미디어 강좌 신청하기 특히 강좌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5060세대부터 스무살 청년까지 다양한 세대들로 구성된 수강생들이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청년들은 회사 업무나 학교 과제에 실습 기술을 적용하고 50+세대는 영상 제작 기술을 활용해 광고 영상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교육을 통해 협동조합과 일자리 연계 가능성을 맛봤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센덱스'(시니어리빙&복지박람회)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라이브로 방송했다. 이는 미디어협동조합의 대표 채널인 50+TV의 개국 방송이 됐다. 현 이사장은 “올해도 박람회 영상을 의뢰받았고 서울시 등 지자체와 단체 및 기관 등지에서 홍보영상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에는 ‘전략’이, 50+에겐 넓은 시각이 모든 게 승승장구해 보이던 현정주 이사장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사단법인과 협동조합의 좀처럼 늘지 않는 ‘수익’이다. “한국 사회에서 비영리단체와 협동조합을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정부 지원금이 있지만 단체가 지속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는 데엔 턱없이 부족하고,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 조합원들끼리 갈등도 있었어요. 협동조합은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합원 모두의 것이기에 함께 책임져야 하는데 조합원들에게는 이런 인식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책임자들이 일거리를 가져올 것이라 믿고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체계적인 인큐베이팅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정부의 시니어일자리 창출 사업은 일시적인 지원에 그쳤고, 일자리 창출 관련 ‘숫자’에만 집중한다는 것. 새로 만들어진 직업의 지속가능성보단 ‘건수 채우기’에 급급한 지자체도 있었다. 반면 창직의 지속가능성에 투자하는 모범 사례도 있었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의 경우 지속적인 지원은 물론, 한 단계 발전된 교육 사업 모델을 함께 고민했다. 이렇게 ‘영상맥가이버’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창작하고 이를 SNS로 시민과 소통하는 ‘소셜문화PD’를 SBA와 함께 양성하기 시작했다. 현 이사장은 “공익 분야에서도 영리기업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만 바라보면 안된다는 것. 이러한 전략 속엔 ‘협업’과 ‘트렌드 분석’이 필수 조건이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공익 분야에선 절대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시니어 일자리는 인구 고령화, 청년 실업, 복지비용증가 등 여러 문제들과 관련돼있어요. 그렇기에 어떤 한 부분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붕괴하게 되죠. 공익 활동가가 되고자 한다면 자신이 진출하려는 분야는 물론 그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함께 공부해야 합니다. 정부, 관련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은 물론 기업과 소상공인협회 등 다양한 영리 영역과의 협업도 필수죠.”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트렌드 분석은 필수적이다. 시민사회 영역의 속도는 보다 더 빠르다. 현 이사장은 “공익 분야의 일하려면 ‘아날로그’를 넘어서 ‘스마트’해져야한다”고 했다. 그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영상 편집 교육을 택한 이유다. “세대간 소통이 선행돼야 사회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희는 수강생을 시니어로 한정 짓지 않았어요. 어떤 수업은 약 20명 중 2030세대가 6~8명입니다. 다양한 세대가 모여 소통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실제로 효과가 있어요. 2030세대는 50+에게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사회생활에 대한 조언을 얻고, 50+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최신 트렌드를 배워요. 예를 들어 요즘엔 페북보다 인스타그램이 인기 있다든지, 요즘 인기있는 1인 방송제작자가 누구인지 말이죠.” 인터뷰 말미, 그는 “50+세대에겐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제2의 인생을 설계를 할 때 보다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 “60세 이후 인생은 ‘자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대, 20대엔 부모님에 의해, 30대부터 50대까지는 가족을 위해 살아갑니다. 60대부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어요. 그동안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성공과 실패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해보십시오.” 출처: http://futurechosun.com/archives/26792 박민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