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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위기를 비즈니스 기회로 2018-0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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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최상태.pdf |
일본, 고령친화산업 세계시장 선도…장애·요양 아닌 ‘보통고령자’ 중심
고령자 70% 주택 있고 70세 이상 저축액 2292만엔
일본은 2006년에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 1월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7.8%이다. 2035년에는 고령자가 3700만명으로 3명중 1명이 될 것이다.
고령자세대는 평균 연간소득이 526만2000엔으로 현역세대와 비슷하며 70% 이상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저축도 50세대 988만엔, 60세대 2181만엔, 70세대 이상이 2292만엔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세대주가 60세 이상인 고령자세대의 연간 소비지출이 2012년 100조엔(약 1000조원)을 돌파하여 매년 1조엔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체 소비지출의 40%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2030년에는 50%에 도달할 것이다. 고령자의 소비지출은 계속 증가하여 소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히 단카이세대(베이비부머)가 소비 핵심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675만명으로 부양의 대상이었던 기존 고령자와 달리 소비를 주도하고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청바지, 미니스커트, 학생운동, 연애결혼 등 ‘청년문화’를 만들어낸 세대이며 고도경제성장을 향유하여 자부심도 크다. 이들은 이제 정년퇴직을 하였으며 앞으로 후기고령자가 되면서 내수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고령친화산업은 소비시장의 시니어 시프트가 일어나면서 급격히 양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친화산업의 라이프 스테이지별 니즈는?
65세 이상을 똑같은 고령자로 보던 기존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고령기 30∼40년을 일률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령자 라이프 스테이지별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일상생활의 니즈가 달라진다. 일본노년학회는 고령자를 준고령자(65∼74세), 고령자(75∼89세), 초고령자(90세 이상)로 분류할 것을 제안하였다. 여기서는 고령기를 생활자립도의 변화에 따라 자립생활기, 건강쇠퇴기, 요양기로 구분하여 고령자의 특성과 고령친화산업의 니즈에 대하여 살펴본다.
생활자립기에는 아직 중장년기와 비슷하여 5력(체력, 지력, 재력, 기력, 정력)을 유지한다. 완전한 은퇴생활보다는 세컨드 라이프에 대한 니즈가 높다. 이때는 재취업이나 자영업과 보람을 찾는 사회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자리 창출, 창업, 생애학습이 인기가 높다. 노화예방과 건강유지를 위하여 휘트니스, 건강마사지, 건강노래방, 안티에이징 등의 요구도 높고, 취미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건강쇠퇴기에는 신체가 허약해지고 감각기능이 떨어지면서 불편, 불만, 불안을 해소해 주기를 원한다. 자산운용서비스, 소형가전제품, 베리어프리 주택, 치매예방 등의 요구가 높아진다. 한편 자유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나이가 들어도 생활을 즐기고 싶어 한다. 유유자적 여행, 시니어카페, 손주마케팅 등도 인기가 높다.
요양기에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부족하여 지금까지 살아 온 지역과 자택에서 최후까지 생활하고 싶은 고령자가 많다. 요양시설보다는 방문요양, 데이케어서비스, 복지용품 대여 등 재가요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집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생활지원서비스와 최후를 준비하는 엔딩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고령자세대 57%…서비스제공 주택 인기
⑴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일본에는 1인가구나 부부만 사는 고령자세대가 전체의 57.8%에 달하며, 자녀가 없거나 멀리 살아서 부모님을 돌볼 수 없는 가구가 절반이다. 이른바 ‘간병난민’, ‘쇼핑난민’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공적요양시설에 입소하기 위해 약 60만명이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요양시설보다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택 및 지역에서 최후까지 노후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AIP(Aging in Place) 정책을 펴고 있다. 2025년을 목표로 전국적으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확대하는 것이다. 도보 30분 이내 중학교 학군범위 내에서 예방, 의료, 요양, 주택, 생활지원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체계이다. 이와 연계하여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생활상담과 안부확인서비스가 겸비된 고령자 임대주택인 ‘서비스제공 고령자주택’도 인기가 많다.
⑵ 일본형 CCRC ‘쉐어카나자와’
대도시에서는 재가요양 인력이 부족하여 NPO(비영리사단법인), 주민, 자원봉사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많다. 이에 고령자가 건강할 때 지방에 이주하여 생애학습과 사회활동을 하고 요양상태가 되어도 계속 생활하는 ‘생애활약마을’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형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로 주목받는 곳이 ‘쉐어 카나자와’이다. ‘서비스제공 고령자주택’을 중심으로 데이케어서비스, 방문요양, 아동발달지원시설 등이 있어 고령자, 장애인, 학생 등이 지역 구분 없이 뒤섞여서 생활하는 커뮤니티다. WHO가 제창한 활기찬 노후, AIP, 세대교류를 위한 고령친화도시(Age Friendly City)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다.
⑶ 치매대책
일본의 고령자 4명중 1명이 치매환자 또는 예비군이다. 치매환자가 2025년에는 700만명까지 증가하여 고령자 5명 중에 1명이 될 것이다. 12개 정부부처가 2015년에 ‘치매대책추진 종합전략(신오랜지플랜)’을 수립하여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치매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가능한 살아온 지역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치매서포터 양성, 적시에 적절한 의료 간병 등 제공, 젊은이 치매대책 강화, 치매환자 간병인 지원, 치매환자를 포함한 고령친화지역 만들기 추진, 치매 연구 및 성과보급, 치매환자 및 가족 중시 등을 추진하고 있다.
⑷ 간병로봇(Care Robot)
일본 정부는 개호보험(장기요양보험) 재정악화와 간병인력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간병로봇을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요양시설에서는 로봇을 세탁, 청소, 이동, 입욕 등에 활용하고, 재가요양을 하는 환자와 가족들도 금전적, 정신적, 육체적 간병 부담을 줄이는데 사용하고 싶어 한다. 앞으로 노노케어 세대가 증가하고 재가요양이 점점 증가할 것이므로 로봇이 가정에서도 많이 활용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테라피 효과가 있는 커뮤니케이션 로봇 파로(PARO), 신체기능을 개선하는 장착형 로봇슈츠 HAL, 실내 침대 옆에 설치할 수 있는 TOTO 배드사이드 수세식변기, 자동 배설처리 로봇 MINELET 사와야가, 환자를 들어 옮길 수 있는 인간형상의 로봇 리바(RIBA) 등 많은 로봇이 개발되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⑸ 시니어 생활지원서비스
일본 고령자들은 치매나 중증질환으로 요양이 필요할 때 10%나 20%의 자기부담으로 개호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재정상 제약으로 모든 생활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 지금 주목받는 비즈니스가 ‘개호보험 외 서비스’이다. 가사대행, 식사배달, 외출지원, 여행동행, 안부확인, 정리수납, 방문 이미용 등이 성업이다. 개호보험 서비스를 받으면서 자비로 고품질부가서비스를 희망하는 소비자를 위한 ‘혼합개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⑹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
체력이 약해지고 식사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령자를 배려한 간병(개호)식품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다. 일본개호식품협의회는 먹고 마시는 정도에 따라 △쉽게 먹을 수 있음 △잇몸으로 부술 수 있음 △혀로 부술 수 있음 △먹지 않아도 됨 4단계에 걸쳐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를 인증하고 있다. 정부도 간병식품을 포괄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로 ‘스마일 케어 식품’이라고 명명하고 로그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⑺ 시니어 휘트니스
휘트니스는 젊은 남성들이 체력을 단련하거나 대사증후군을 해소하기 위해 많이 이용하였다. 최근에는 청년층이 점점 줄어들고 단카이세대를 중심으로 고령자층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센트럴스포츠클럽은 회원 41만명 중 50세 이상 고령자가 38%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자들은 휘트니스를 운동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장소로 활용한다. 최근에 장기요양시설 내에 점포를 개설하거나 지자체에서 개호예방사업을 수탁하는 휘트니스도 늘어나고 있다.
⑻ 시니어 패션
의류산업에서는 단카이세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가치관을 공감하는 시니어가 늘어나면서 시니어 패션이 활성화되고 있다. 시니어 패션쇼가 흔해졌고 시니어 모델을 채용하는 광고도 늘어나고 있다. 차분하고 점잖은 색깔이나 소박한 디자인과 달리 화려하고 멋진 패션이 대세이다. 고령자는 체형 변화로 젊은이와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을 수 없다. 굽은 몸매지만 맵시를 강조하고 기능성을 강화하여 편안하게 입을 수 있어야 한다. ‘마담토모코’는 노화나 골다공증으로 등과 허리가 굽은 고령자가 멋지게 입을 수 있는 부인복을 기획, 제조, 판매하고 있다.
⑼ 시니어 여행, 유학
휠체어나 지팡이를 사용하는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한 베리어프리 여행상품이 인기이다. 클럽투어리즘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특화한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하였으며 여행 운영에 시니어 회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JR동일본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어른휴일클럽’을 판매하였는데 회원이 계속 늘어나 200만명에 달한다. JR규슈는 ‘일곱 개 별’이라는 3박4일 고급열차투어 상품을 내놓았는데 100만엔 정도로 고가이나 흥행하였다. JTB는 시니어 니즈를 반영한 ‘어른 유학’을 만들어 어학연수, 홈스테이, 기숙사, 체재방법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해외유학의 로망을 실현하려는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⑽ 시니어 세컨드 라이프 일자리
풍부한 지혜, 경험, 기술, 인맥을 가진 건강한 시니어를 결집하여 지역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일자리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시니어 SOHO보급살롱’은 퇴직자들의 지역사회 데뷔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강하고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 경리인재를 파견하는 ㈜시니어경리재무, 60세 이상만 채용하는 고령자의 고령자에 의한 고령자를 위한 회사 ㈜고우레샤, 시니어 창업을 지원하는 긴자세컨드라이프, 인터넷으로 불특정 다수의 시니어에게 일거리를 발주하는 ㈜크라우드워크스 등이 흥미롭다.
⑾ 엔딩산업
‘다사(多死)사회’, ‘슈우카츠(終活)’이라는 말이 일반화 되었다. 죽음을 일상생활에서 멀리하고 터부시하던 일본인들의 생사관이 변하고 장례, 공양에 대한 방법이 바뀌고 있다. 2015년부터 도쿄에서 엔딩산업전이 열리고 있으며, 장례, 묘지, 화훼, 사찰, 유통, IT업 등 다양한 업계에서 320개사가 참가한다. 오사카에서도 칸사이 엔딩산업전이 열리며 입관사, 분향꽃, 염습사 콘테스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엔딩산업도 IT화, 하이테크화가 진전되어 QR코드로 읽으면 영정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고 인터넷 장례식을 통하여 멀리서도 문상도 할 수 있다. 가족장, 작은 장례식, 수목장이 일반적이며 우주장, 생전장례식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 고령친화산업 리드…돌봄대상 아닌 소비자 인식
일본은 ‘고령화 최선진국’으로 세계 고령친화산업을 리드하고 있다. 복지, 연금, 의료, 요양, 노동시장 등 고령화 과제를 해결하여 미래를 창조하고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장수사회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며 고령화라는 위기를 극복하여 비즈니스 기회로 삼아 고령친화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생각은 지역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살아온 지역과 자택에서 노후를 보내자는 것이다. 민관학연이 하나가 되어 지역 문제를 지역주민이 발굴하고 지자체, 공동기관, 대학, 기업, NPO 등이 함께 해결하려는 공동협업(Collaboration)이 중요하다.
고령친화산업은 기존의 장애 및 요양 중심에서 ‘보통고령자’를 위한 시장으로 이전되고 있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새로운 고령자인 ‘액티브 시니어’가 핵심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고령자가 부양과 돌 봄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고령자는 젊어 보이기를 희망하고 자신이 ‘고령자’라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이전에는 고령자의 불편을 드러나지 않게 해소하는 상품이 많았다. 최근에는 시니어용 매장을 만들고 고령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케이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은 큰 변화이다. 고령자들은 시니어 용품 전문점과 박람회를 통하여 고령친화상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가까운 상점과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다. 기동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를 위한 도시락배달, 가사대행, 안부확인 등 고령자 생활지원서비스가 흥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령친화산업이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초고령사회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고령친화시장을 세분화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령친화산업은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관련 산업 및 지방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